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유머꿀팁

베스트 모친상 만화 보고 떠오르는 작년 친할머니 장례.txt

한 밤 중에 슬픈 만화 봐서 감수성이 터질것 같길길래 여기다가 조금 풀어볼까한다.

 

울 친할머니께서는 내가 기억하는 시절을 통틀어서 항상 치매로 고생하셨었다.

그래서 나는 장례식장에서 할머니께서는 현세에서 해방되시고 저 하늘로 훨훨 날아가고 계신다는 생각으로 울음을 참았었다.

평소에도 걸핏하면 눈물이 핑 돌아버리는 착즙기형 인간이었는데도 걱정했던것보다는 눈물이 나오지 않았었다.

내가 소리내서 울었던 건, 화장 직전에 고인과의 마지막 작별인사를 나누는 시간에, 그 때 많이 울었다.

평소 눈물 한 방울 보기 힘들었던 아버지도, 큰아버지도 눈물을 줄줄 흘리셨고.

무엇보다도 친할머니를 간호하시면서 한 평생을 함께 사신 고모께서 절규하듯 대성통곡하시는걸 부축해드리면서, 눈물이 쏟아졌었다.

 

그런데 이상하게 들리겠지만, 그 때 내가 가장 구슬프게 울었던 건 내 절친 두 명 때문이었었다.

뭔소리인가 하면, 장례식하는 와중에 계속 운구할 인원이 어르신들 입에서 오르락내리락했었다. 왠진 몰라도 다들 손자 라인에서 사람을 찾으시는 것 같았다. 전통인가?

아무튼 때마침 내 절친 두 명이 같이 조문을 와서, 나는 그 둘한테 넌지시 운구를 도와줄 수 잇느냐고 물었다.

놀라우리만치 간단하게 친구들은 그 부탁을 들어줬다. 그리하여 다시 자기들 집으로 돌아가서 본인들 수케쥴을 마친 친구들은 밤 10시가 넘어서 장례식장에 다시 와줬다.

그 상태로 우리 가족이랑 같이 밤을 꼴딱 새면서 식장에서 지내다가 다음날 아침에 할머니 관 운구하는 걸 도와줬다.

낮에 식장에 왔다가 집으로 돌아가고 다시 한 밤 중에 찾아온 다음 밤까지 세가면서 친구 할머니의 장례식을 도왔었던 거다.

덕분에 화장터까지 운구를 마치고, 우리 가족은 화장을 기다리는 사이 이 친구들은 아주 쿨하게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. 나는 배웅을 해주러 걔네들을 따라 정류장까지 나갔었다.

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면서 몇 번이나 고맙다고 친구들을 안아줬었다. 그러다가 애들 눈밑이 주욱 늘어난 다크서클에 피로에 녹은것처럼 늘어진 어깨를 보고, 참을 수 없을만큼 눈물이 왈칵 쏟아지기 시작했었다.

결국 난 친구들을 부둥켜안고 한참이나 흐느껴울었다.

그 때 내가 속으로 다짐을 했다. 이 두 명 만은 내 무덤까지 같이할 가족으로 여겨야겠다고.

 

하여튼 장례식 내내 눈물 잘 참다가 절친 두 명 때문에 기어코 수도꼭지 터트려버렸던 기억이 나서 긴 뻘글 끄적여봤다.

 

참고로 얼마 전에 이 친구들 둘이서 나보다 먼저 동반입대할 때, 그 전날 나는 신입생 환영회가 있었지만 도중에 나와 한 밤중에 기어코 얘네를 만나서 술 몇 잔을 같이 마셨다. 그리고 헤어지면서 또 이 놈들을 부둥켜 안고 울었었다ㅋ